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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보르도

최산의 집에서는 달을 보기 쉬웠다. 극단적이라 해도 될 만큼 가파른 계단을 올라 칠이 벗겨진 녹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 잘 보였다. 집에서 달이 훤히 보이고,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허름한 주택가. 계단 밑에서 집 언저리를 올려다보면 꼭 언덕 끝에 걸쳐지는 달까지. 남들은 최산의 집을 두고 달동네 판잣집라고 불렀다. 실제로는 동네 어디에도 판잣집 같은 건 없었지만 산을 까내리는 사람들은 전부 산을 두고 판잣집 출신이라 불렀다. 물론 그 말에 산이 상처를 받냐 물어본다면…, 그럴 리가.

 

주어진 가난에는 불만이 있었으나 자신이 사는 동네에 불만이 없었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은 판잣집에서 살고 있지 않았으며 허름하고 벌레가 나오긴 해도 멀쩡히 보일러 돌아가는 집이었다. 그리고 비교적 높은 건물 사이에 파묻힌 다른 집들과는 달리 언덕 제일 위에 있어 언제 고개를 내밀어도 밤하늘이 선명히 보이는 집이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산은 오히려 허름한 집보다 당장 전기세 낼 돈이 없어 허덕이는 삶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물려받은 가난은 최산에게 족쇄를 채웠고, 어릴 적 도망친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 밑에서 산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자신의 동생과 고아처럼 살아왔다.

 

남은 게 없었다. 어머니는 동생이 막 어린이집에 들어갔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졸음운전을 한 20대 대학생 때문이었고, 때가 이른 아침이어서 목격한 사람이 없었다. 대학생은 어머니를 친 뒤 가로등을 박고 기절, 어머니는 간신히 숨이 붙은 채였으나 신고가 늦어 싸늘한 새벽 공기 속에서 울다 돌아가셨다. 그리고 겨우 나온 보험금을 도박으로 날리고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러 떠나겠다던 아버지는 돈 되는 것들을 전부 챙겨서 새벽에 도망을 쳤다. 심지어 어린이집에 겨우 다니던 동생의 저금통까지 챙겨서, 아침에 일어난 산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엉엉 우는 동생을 달래야만 했다.

 

다행인 것은 그 비참하고 기구한 최산과 동생을 안쓰럽게 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사는 처지가 거기서 거기인 달동네에서도 유난히 기구하고 불쌍한 아이들, 엄마는 사고로 죽고 아빠는 빚 떠넘기고 튀어서 버려진 아이들. 최산은 게임 속 타이틀처럼 달라붙은 말들이 지겨웠으나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기에 함구했다. 당장 옆집 할머니만 해도 반찬을 가져다주시니까. 최산은 동정을 기회로 삼는다.

 

 

“네가 그 돈 받고 몸 판다는 애야?”

“아니.”

“네 이름 최산, 아니야?”

“돈 받고 좆은 빨아주는데 몸은 안 팔아.”

“그게 그거 아닌가.”

 

 

강여상의 집에서는 달을 보기 쉬웠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날 일 없는 건물,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가 여상의 집이다. 천장이 높고 각 방마다 욕실이 있었으며 인조 잔디가 깔린 야외 테라스가 꽤 넓었다. 집 안 어느 창문을 열어도 바깥 야경이 훤히 보였으며 야외 테라스로 나가면 밤하늘을 구경하기 딱 좋은 위치였다. 여상은 테라스에서 볼 수 있는 반짝이는 야경들과 어둠 속에 숨어있는 가난, 그리고 눈치 없이 그 가난을 비추는 아름다운 달을 좋아했다.

 

운이 좋게 돈 많은 할아버지와 돈 많은 아버지를 만났다. 강여상은 태어날 때부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산부인과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태어나 개인 신생아실에서 지냈으며 살아오면서 가지지 못한 게 없었다. 부모님이 바빠 항상 운전기사나 보모가 여상을 챙겼으나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의 사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생일이 되면 매번 장난감 대신 건물을 받았고, 여상이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꼭 손에 쥐어주었다. 여상은 물질적으로 주어지는 것들도 전부 사랑이라 생각했다.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돈을 쓸 사람은 없으니까.

 

여상은 본인과 반대인 것들에 흥미를 가졌다. 그래서 고급 펜트하우스의 야외 테라스에 백만 원이 넘는 의자를 가져다 앉고 바라보는 달 바로 밑에 있는 동네가 신기했다. 빛이 반짝이며 인기척을 내는 도시의 중심과는 달리 가로등의 유무가 궁금할 정도로 어둡고 조용한, 집들이 빼곡하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가 여상의 집과는 확연하게 달랐으니까. 가끔은 정말 저기에 사람이 살까 싶었는데, 그럴 때마다 불이 들어온 집들을 보며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습게도 여상은 달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상가 건물 하나 없어 겨우 달빛을 받아 존재를 알리는 곳이 궁금했으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언젠가 한 번 기사님께 가달라 부탁한 적이 있으나 부모님이 알면 자신이 해고를 당한다며 말리는 바람에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상은 최산이 흥미로웠다.

 

 

“뒤는 안 대주니까 달라.”

“얼만데?”

“돈 많아?”

 

 

글쎄, 돈이 많은가. 오늘 아침에 아무 생각도 없이 챙긴 지갑이 떠오른 여상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그 속을 떠올렸다. 저번에 뽑아놓고 쓰지 않은 지폐들이 그대로 있을 터였다. 낯을 가리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그냥 경계심이 많은 건가. 여상은 자신을 바라보는 산의 날카로운 눈매가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느긋하게 훑어보다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적고 많고의 기준은 자세히 모르겠으나 부족하게 자라오진 않았기에 많다고 할 수 있었다. 정작 산은 대놓고 돈이 많다며 고개를 끄덕인 행동에 대해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지었지만 말이다. 부자는 더 비싸게 받아. 산의 말에도 여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돈으로 이런 짓을 해온 건 아니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돈이 많이 부족해서 굶는 일이 있긴 했으나 겨우 허락을 받은 식당에서 홀서빙 알바를 하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왔다. 모든 걸 들고 도망간 아버지를 원망했으나 원망한다고 해서 돌아올 사람은 아니었기에 겨우 돈을 마련해 동생의 어린이집에 돈을 내고 학교에서 사정을 안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중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문제는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시작이 됐는데, 지금 다니는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사회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꽤 좋은 학교에 들어갔으며 교육청 전액 지원이라는 조건 하나에 기대었다.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 동생과 자신의 학비나 급식비를 더는 부담하지 않아도 됐으며 추운 겨울 내내 얇은 옷만 입다가 처음으로 두꺼운 옷을 살 수 있었다. 비록 산의 학교에서는 저마다 달동네에 사는 산을 두고 코웃음을 쳤지만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적어도 빚쟁이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집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 지갑에 있는 돈 다 줄게.”

“그 지갑에 얼마가 있을 줄 알고?”

 

 

산이 코웃음을 치며 얘기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잔뜩 날이 선 모습이 꼭 고슴도치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상은 손을 내밀어 만져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만 했다. 지금 만지면 가시를 세우겠지. 산은 지금 이렇게 허비하고 있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동생의 학교가 끝날 거고, 얼른 집에 돌아가야 때 맞춰 저녁을 먹일 수 있었다. 당장 아르바이트도 해야 되는 일정에 초조해진 산이 톡톡, 간헐적으로 자신의 바지 위를 두드리며 여상을 재촉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이렇게 애매하게 구는 놈들 대부분은 현금이 부족하거나 질 나쁜 변태였으니까. 물론 뭐가 됐든 돈이 급한 최산은 변태도 가리지 않고 받기는 했다.

 

입에 안 싸는 조건으로 15만원, 얼굴에 싸면 20만원이고 입에 싸면 25만원. 결국 산이 먼저 단가를 높게 잡아 얘기했다. 이게 부자 단가야. 덧붙어 얘기하며 반박을 받지 않겠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이니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여상이 시간은? 하고 물었다. 지루였나. 산은 주머니에 대충 욱여넣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학교가 끝나기까지 대략 40분 정도 남았고, 좀 기다리더라도 뒤늦게 차리면…. 핸드폰을 붙잡고 시간 계산을 하는 산의 살짝 숙여진 고개를 눈에 담고 있던 여상은 뒤늦게 그가 들고 있는 핸드폰이 자신이 몇 년 전에나 쓰던 구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간 같은 건 딱히 없어. 조루든 지루든 한 번 싸면 끝인데 오늘은 내가 좀 바빠.

 

남들이 들으면 말도 안 된다며 코웃음을 칠 ‘부자’ 단가에도 표정 변화가 없던 여상은 바쁘다는 산의 말에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평생을 인상 한 번 써보지 않았을 것 같던 도련님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자 산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다 말고 멈칫했다. 으음, 그래? 뒤늦게 튀어나온 질문은 애초에 대답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듯, 여상은 주머니에서 검은색 지갑을 꺼내들었다. 가난에 허덕이며 사느라 명품에 대해서 모르는 산이었지만 적어도 저 검은색 지갑이 비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얘기했던 대로 돈은 다 줄게.”

“뭐?”

 

 

산은 그 지갑 속에서 나온 두툼한 지폐들을 보며 당황해 본능적으로 반걸음 물러났다. 노란색 오만 원짜리 지폐들을 모조리 꺼낸 여상이 곧장 산에게 들이밀었고, 당황한 산이 돈과 여상을 번갈아가며 응시했다. 아까부터 계속 날이 선 채로 날카롭던 눈매가 당혹감에 동그랗고 예쁘게 떠져 연신 깜빡인다. 사람 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아까는 가시 세울 준비를 하던 고슴도치 같더니 지금은 첫 주인이 생긴 고양이 같다. 여상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따라 팔랑이는 속눈썹을 한 번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구태여 손을 뻗어 만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고양이어도 언제 고슴도치로 변할지 모르니까.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백만 원 정도 하지 않을까? 여상은 아직도 어벙하게 눈을 깜빡이는 산을 보며 얘기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입술을 달싹이던 산이 무의식적으로 건네는 돈을 받으려다 말고 멈칫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번 빨아주는데 백만 원이나 준다고? 허공에 뜬 손을 도로 거둔 산이 경계심 가득한 눈길로 여상을 응시했다. 아, 고슴도치 됐다. 뭐가 그렇게 우스운 건지 어느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저 얼굴이…, 우습게도 사기꾼의 관상은 아니었으나 변태의 관상이었다. 사실 잘 모르지만 보통 멀쩡하게 생긴 놈들이 더 변태라고들 하니까.

 

너무 많아. 솔직히 말해서 돈 받고 남의 좆까지 빨아주는데 가릴 게 뭐가 있겠냐만은, 산은 경계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겨우 한 번 빠는 걸로 백만 원을 준다고?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냥 달동네 사는 거지새끼밖에 안 되는데? 산은 거절의 의미로 반걸음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두었지만, 어디까지나 여상과 멀어진 거지 돈이랑은 여전히 가까운 거리였다. 백만 원이면 당장 동생의 새로운 겨울용 옷을 사줄 수 있고, 저번에 지나가듯 먹고 싶다고 얘기했던 치킨을 사줄 수 있었다.

 

 

“그럼 한 가지 조건만 더 걸게.”

“…뭔데.”

“하루만 재워 줘.”

 

 

여상은 덤덤하게 얘기했다. 남이 들으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하는 부탁인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하마터면 산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집에서 재워달라고? 산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물었다. 이 부잣집 도련님이 달동네에 와서 잠을 주무시겠다고, 굳이. 여상의 본심이 뭐가 됐든 산은 그 말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말로 잘 곳이 없어서 재워달라는 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건지.

 

최산은 부잣집 생각 없는 도련님들을 싫어했다. 돈 받을 때나 사람 취급 좀 해주는 거지, 애초에 부모 잘 만난 이유 하나로 거들먹거리는 놈들이 거기서 거기니까. 그래서 최산은 강여상을 경계한다. 백만 원을 선뜻 내밀면서 겨우 집에서 재워달라는 조건 하나 건다는 점은 누가 봐도 수상하니까. 부잣집 도련님이 굳이 달동네에 오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둘 중 하나였다. 산에게 있어 최악점인 부분을 알아내기 위해서 굳이 허름한 집을 보려고 하거나 달동네를 눈으로 보고 그 볼품없는 집들을 훑으며 본인이 더 우위에 있음을 알려고 하거나. 가뜩이나 여상은 속 모를 표정을 하고 있기에 더 경계해야 됐다.

 

 

“왜?”

“XX동에 살지 않아?”

“맞아. 그러니까 왜 재워달라는 거냐고.”

“가보고 싶어서.”

 

 

얘는 후자구나. 툭 치면 무너질 집들을 보며 위안 삼고 본인의 삶을 더 뿌듯하게 여길, 그런 놈이구나. 산은 돈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기에 와그작 인상을 구겼다. 마음에 안 든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얼굴이 다시 고슴도치가 된다. 여상은 산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조금…. 가만히 산을 바라보던 여상이 반대쪽 손을 뻗어 산에 얼굴을 감쌌다. 가까워진 거리에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린 산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어쩔 때는 고슴도치 같더니 어쩔 때는 또 고양이 같다. 그것도 새끼 고양이. 여상은 알다 모를 산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여상과 산을 나란히 두고 남들에게 육식동물을 고르라 얘기하면 전부 산을 고를 터였다. 산은 분위기부터가 예민했고, 얼굴의 선이 전부 날카로운 편이었으며 무엇보다 조금만 인상을 써도 눈매가 매서운 분위기를 내니까. 웃는 얼굴은 아직 못 봤지만 보조개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에 반해 여상은 산과 정반대였다. 굳이 정하자면 초식동물이었고, 인상을 써도 그 특유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지울 수는 없었다. 만약 둘이 나란히 얼굴에 상처를 달고 있어도 다들 산이 먼저 시비를 걸었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여상의 엄지가 산의 미간 사이에 잡힌 주름을 꾹 눌렀다. 당혹감에 슬며시 내려가는 눈매가 다시 또 순둥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올려다보는 시선이 예쁘네. 여상은 계약서에 도장이라도 찍는 것처럼 산의 미간을 눌러 펴준 뒤 손을 떼고는 여즉 올망하게 바라보고 있는 산의 손을 끌어다 들고 있던 지폐를 쥐어주었다.

 

 

“거지새끼들 사는 곳이 궁금해?”

“아니, 달 밑이 궁금해.”

“뭐?”

 

 

산은 여상이 얘기한 말의 뜻을 모르겠다는 의미로 되물었으나 여상은 다시금 달 밑이 궁금해, 하고 중얼거렸다. 달 밑이 궁금하면 나사로 쫓아가야지.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여상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차마 내뱉을 수는 없었다. 당장 혀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기에는 손에 쥐어진 백만 원이 너무 달아서, 산은 입 안에서 혀를 굴려 그 말을 삼켜내고는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오늘 말고, 금요일.”

“응.”

“동생…, 있어.”

 

 

동생 있다는 걸 저렇게 수줍게 얘기할 일인가. 여상은 머뭇거리면서 슬쩍 눈치를 보는 산을 보고 무슨 답을 내놓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응, 하고 대답했다. 동생이면 많이 닮았을까. 언뜻 들은 얘기로는 나이 차이가 조금 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상상해보는 동생의 얼굴은 우습게도 최산의 순한 버전이 전부다. 어색하게 돈을 쥔 채로 눈치를 보던 산이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작게 중얼거리고, 그 소리가 주변 소음에 묻힌 탓에 제대로 듣지 못한 여상이 다정한 목소리로 응? 하고 되물었다. 두 번 얘기하고 싶던 주제는 아니었던 건지 고개를 휙 들어올리고는 순해진 눈매로 자신을 바라보는 게 제법 귀여워서, 여상은 본인도 모르게 그 눈꼬리를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손은 뻗지 않았다.

 

 

“…별로 좋지도 않고, 벌레도 있어.”

“괜찮아.”

“…….”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산은 자신의 생각을 정정했다. 여상은 전자도 후자도 아닌 것 같다. 정말로 단순히 달 밑이 궁금해서 달동네에 오고 싶어하는 것 같은 저 얼굴에 어이가 없었지만, 산은 더는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

 

 

산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가뜩이나 허름한 집이 창피해서 아침부터 쓸고 닦고 정리하고 온 난리를 쳤지만 1n년을 그 집에서 자라온 최산은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깨끗하지 않나 싶다가도 칠이 벗겨진 촌스러운 녹색 대문이나 마당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좁은 곳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직접 만든 평상 따위가 신경이 쓰였다. 어떻게 봐도 촌스럽고 낡고 구식이고…. 산은 지금이라도 여상에게 연락해 약속을 미룰까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은 을이었기에 다시 한 번 쓸고 닦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 밑에 도착했어] 오후 5:12

 

산은 여상에게서 온 톡을 확인하고는 이응 하나를 보낸 뒤 열심히 주무르고 있던 걸레를 대충 짜 정리했다. 이 시간이면 슬슬 구름이도 올 텐데. 시간을 한 번 확인한 산은 일단 당장 언덕 밑에서 뻘쭘하게 기다릴 여상을 데리러 가기로 했다.

 

이런 장면은 예상에 없었는데. 산은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중간에 우뚝 멈춰서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부잣집 도련님 분위기를 내는 여상은 그렇다 치고, 그 옆에서 자연스럽게 여상의 손을 쥐고 서있는 자신의 동생에 어이가 없었다. 산은 자신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형! 하고 부르는 동생에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비척이며 내려갔고, 곧장 뛰어들어 껴안는 동생을 감싸며 여상과 시선을 마주했다. 어떻게 된 상황이냐 묻는 산의 표정에 껄끄러움이 담겨있음을 알아차린 여상은 허전해진 손에 주먹을 쥐었다.

 

 

“차에서 내려서 너 기다리는데 버스에서 내리길래.”

“뭐?”

“너 동생인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맞다고 해서.”

“근데 왜 같이 있어?”

“친구…, 라고 하니까 그럼 같이 기다리자고 해서 기다렸어.”

 

 

산은 친구라는 말만 믿고 옆에서 손까지 잡고 기다린 자신의 동생을 탓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아이를 붙잡고 대뜸 산의 동생이냐 물어본 여상을 탓해야 되는 건지 헷갈려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산은 자연스럽게 동생의 손을 잡았고, 그런 산의 옆으로 여상이 따라 붙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창피했다. 어린 동생도 오르기 힘들어하는 가파른 계단에 약간 힘든 티가 나는 여상의 표정을 본 뒤로 조금이 아니라 많이 창피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계단을 오른 적이 없을 여상의 무릎 관절이 걱정됨과 동시에 오늘따라 더 보채는 동생을 업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마도 산이 군대에 갈 때가 되면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칠이 벗겨진 대문이 보였다. 아니, 칠이 벗겨진 대문이 수십이었으니 산의 집 대문이라 정정하겠다. 산의 동생은 내려주자마자 곧장 집 안으로 뛰어들었고, 산은 어색한 티를 내며 턱을 까딱였다. 여기야. 덤덤하게 얘기하는 말투와는 달리 볼과 귀가 붉다. 좁은 골목에 맞게 따닥따닥 붙어있는 집들을 둘러보던 여상은 별 말 없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숙제를 해야 된다는 동생의 말에 방해가 될까봐 방에서 나와 평상에 나란히 앉은 둘 사이 공기가 애매했다. 이걸 어색하다고 해야 되나. 속으로 생각하며 슬리퍼로 시멘트 바닥을 툭툭 건드리던 산이 여상을 보며 물었고,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던 여상이 뒤늦게 고개를 돌려 산과 시선을 마주했다. 말의 뜻을 모르겠다는 듯 대답 대신 눈을 두어 번 끄덕이니 산이 팔을 뒤로 뻗어 늘어져라 기대고는 닫힌 문 쪽으로 턱을 까딱거렸다. 왜 내 동생일 거라 생각했냐고. 밥 먹고 배도 부르고 날도 별로 안 춥겠다, 누가 꾹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천천히 평상 위에 드러누운 산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여상은 항상 답이 느리다.

 

너랑 닮아서 알았어. 산은 눈을 감아 까만 그림에 동생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뭐가 됐든 산은 아버지 쪽을 닮았다. 날카로운 눈매나 선 전체가 날이 서 예민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 딱 친가 쪽이었다. 반면 동생은 아직 어려서인지 얼굴 선 전체가 동그랗고 귀여웠는데, 눈매조차도 산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며 크고 예뻤다. 그 피가 그 피라 형제라는 티는 났지만 굳이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정도.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뜬 산은 자연스럽게 밤하늘에 보이는 몇 없는 별과 신이 크게 한 입 베어 물어 사라진 달을 응시했다.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보는데. 산이 작게 중얼거렸다. 어느새 여상이 산을 따라 평상 위에 누운 상태였다.

 

 

“닮았어. 눈매나 얼굴 전체적으로.”

“별로, 동생은 조금 순하고 귀여운 편이지.”

“너도 그래.”

“…뭐?”

 

 

너도 눈매 순하게 생겼고, 귀엽게 생겼어. 말도 안 되는 말이라 생각한 산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바로 옆에 누워 자신을 바라보는 여상과 눈이 마주쳤다. 거리가 조금 가깝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가뜩이나 넓지 않은 평상에 성장기를 겪어 몸집 좀 커진 남고딩 둘이 나란히 누우니 서로를 바라보는 거리마저 좁다. 아, 조금…. 마주한 시선 속에 얽히는 분위기에 맞닿은 어깨가 갑자기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칫한 산과는 달리 평소보다 배는 더 밝은 달빛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는 여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산이었다. 그 묘한 분위기와 여상의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었기에 그저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였다. 날이 조금만 덜 쌀쌀했으면 여기 그대로 누워서 잠이라도 자겠는데. 조용히 눈을 감은 사이 얼굴에 드리우던 달빛이 별안간 뚝 끊긴다. 옷이 쓸리며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불안감을 느낀 산이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고, 어느새 일어난 여상이 누워있는 산의 머리맡에 손을 짚은 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라진 달 대신 여상의 얼굴이 시야 가득 들어찬다.

 

 

“키스해도 돼?”

“…아니.”

 

 

분명 안 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상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고, 결국 그 얼굴 옆으로 언뜻 보이던 밤하늘마저 지워진다. 산은 조금만 움직여도 코가 맞닿을 거리에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산은 여상이 어려웠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에 맞는 반응을 찾을 수가 없다. 돈으로 시작한 관계였으니 돈으로 끝내자. 산은 여상의 숨결이 입술에 닿자마자 고개를 돌렸고,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던 입술은 허공에서 잠시 달싹이다 그 정적을 이기지 못하고 멀어졌다. 한참이나 그 상태로 산을 내려다보던 여상이 다시금 평상 위로 누웠고, 맞닿은 어깨에 산이 여상에게 등을 지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등 뒤로 닿는 여상의 시선이 느껴졌다. 대화를 단절시킨 뒤통수, 긴 머리카락이 애매하게 가리고 있는 목덜미, 선을 긋고 있는 어깨, 그 밑으로 내려오는 허리선, 좁은 골반. 산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여상에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분명히 돈을 내고 갑이 된 여상이었지만 가벼운 키스 하나를 거절해도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이 어색했다. 지금까지 강제로 몇 번이고 머리채를 잡힌 전적이 있었지만 여상은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 쓸어내렸지 산의 기분이 상할 일은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산은 방 안의 동생이 숙제가 끝났다며 부를 때까지 눈을 감은 채 평상에 누워 여상의 얼굴을 지워냈다.

 

 

“진짜 여기서 자도 돼?”

 

 

산의 집은 거실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부엌과 이어진 곳이 있었고 그 옆으로 사람 한 명이 잘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쓰던 방이었는데, 산은 손님인 여상을 그 방에 재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산과 같이 자겠다는 여상에 어쩔 수 없이 동생이 작은 방에서 자기로 했다. 건장한 남성 둘이 겨우 누워서 잘 수 있는 공간이었다. 커다란 이불을 깔고 그 위로 여상 몫의 덮을 이불과 본인 몫의 커다란 담요를 챙겨온 산이 어색하게 뒷목을 주물렀다. 같이 덮어도 되는데. 여상은 자리에 앉아 이불과 담요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 중얼거렸고, 산은 그런 여상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불을 껐다. 어린 동생은 이미 잠에 든 지 오래였다.

 

쌕쌕 내뱉는 숨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닿았다. 아까 평상 위처럼 여상은 위를 보고, 산은 옆을 돌아보고 누웠다. 여상에게 등을 돌린 채로 얼른 달마저 져버리길 기다렸다. 작은 창문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자꾸만 산의 얼굴 언저리에 닿아 잠을 깨운다. 산은 그런 달빛이 강여상 같다고 생각했다. 아까 평상에서 올려다보았던 여상의 얼굴과 그 너머로 보였던 밤하늘, 가려졌던 달빛들이 자꾸 떠올랐다. 산은 이 감정을 무어라 정할 수가 없었다. 여상에게 받은 백만 원이라는 족쇄가 계속 그 사이를 가로막는다. 여상은 그 전에 겪었던 사람들이랑 다르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산은 그게 조금 힘이 들었다.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여상도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돈으로 모든 걸 휘두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얇은 담요 하나만 덮고 있는 산의 몸 위로 두터운 이불이 더해졌다. 동시에 풀썩 끼쳐온 작은 바람에 산이 몸을 조금 돌렸고, 어느새 자신을 향해 눕고 있는 여상을 발견하고는 덮은 이불을 걷어내려 뒤척였다. 담요 너무 얇아보여서. 여상은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얘기하고는 눈을 감는다. 어정쩡한 자세로 멈추었던 산은 그제야 천장을 향해 바로 누웠다. 아무렇지 않게 걱정에서 나오는 행동들에 자꾸만 체한 듯 속이 불편해서, 산이 손을 옮겨 명치 언저리를 꾹꾹 눌렀다. 한참 전에 먹은 밥이 이제 와서 체한 것 같다.

 

 

“왜?”

“…….”

 

 

명치를 꾹꾹 누르던 산의 손등 위로 여상의 손이 겹쳐졌다. 눈을 감고 있기에 일부러 소리를 죽이고 있었는데 용케 알아챈 여상이 산을 응시하고 있었다. 겹쳐진 손등에 이어 여상의 손가락이 산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고, 산이 머뭇거리는 사이 여상이 몸을 일으켰다. 하나, 같이 덮고 있던 이불이 들썩인다. 둘, 여상이 산의 손을 얼굴 옆으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셋, 이불 밑으로 덮고 있던 얇은 담요가 여상의 손길에 의해 치워졌다. 산은 마주한 여상의 눈 속에서 자신을 바라본다. 밝은 달빛을 온전히 받아내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산은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여상의 물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속이 체해 명치를 꾹꾹 누르던 산을 봤으니 몸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지, 아니면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허락을 받는 건지. 어느새 깍지를 끼고 있는 손이 신경이 쓰여서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선뜻 대답하지 않는 산에 그 정적을 거절로 알아들은 듯, 산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던 여상이 깍지 낀 손을 당겨 그 손등 위로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진 부분에 괜히 열이 오른다. 돈 줄게. 덧붙은 말이 칼날이 되는 줄도 모르고. 산은 여상의 입에서 나온 말에 위안을 느껴야 되는지 고민했다. 산이 거절하는 이유가 돈일 거라 생각한 여상의 생각은 이해가 갔다. 물론 아직 그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은 산은 그런 여상을 이해하면서도 속이 짓눌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줄 건데.”

“네가 원하는 만큼.”

 

 

최산은 고민했다. 애초에 이미 돈으로 묶이고 돈으로 시작된 관계였으나 여상은 다를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다른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구태여 산이 돈을 요구하지 않으면 여상도 산에게 돈을 줄 일 없이 그냥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남들처럼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한 편으로는 그런 관계를 원했으나 다른 한 편으로는 겁이 났다. 달동네에 살면서 돈에 허덕이느라 남의 좆이나 빨고 살아왔던 최산이 부잣집 도련님인 강여상에게 그었던 선을 넘고 다른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겁이 너무 컸다. 그래서 차라리 여상이 다르지 않기를 바랐다. 돈으로 최산을 휘두르려고 했던 다른 사람들처럼, 여상도 돈으로 본인을 휘두르기를 바랐다.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근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편하지는 않네. 산은 깍지를 끼고 맞잡은 손이, 올곧은 시선 속에 담긴 다정함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이, 고개만 한 번 끄덕이면 곧장 벌어질 일들이 전부 바늘이 되어 아프게 찔러오는 것만 같았다. 그 바늘을 피해 입 안에 숨겨두었던 혀에도, 어떻게 안 건지 바늘이 콕콕 박힌다. 산은 돈과 강여상 사이에서 머뭇거렸다. 돈을 받지 않고 여상을 선택한다면 다른 결말이 보이겠지만 돈을 받는다면 이 관계는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산은 애초에 시작부터 여상에게 돈을 받은 점에 대해 후회했다. 돈으로 엮이지 않은 사이였으면,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래.”

 

 

그럼에도 최산은 강여상이 아닌 돈을 선택한다. 지금 생활에서 다른 것을 선택하기에는 최산이 가난했음으로. 당장 작은 방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을 자고 있는 동생이, 차마 보여주기 창피했던 이 집이 최산의 발목과 손목을 잡고 입을 막는다. 그러니 애초에 최산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돈을 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까지 돈 받고 남의 좆은 빨아봤어도 뒤는 대준 적 없다던 최산은 강여상을 위해 몸을 팔기로 한다. 아까부터 명치 근처가 콕콕 쑤시듯 아팠는데, 최산은 이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인정한다. 최산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던 강여상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겼지만 그보다 더 돈을 사랑한다. 자신을 가난에게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돈이, 지금 당장은 더 필요했다. 깍지를 끼고 잡은 강여상의 손은 어느새 그 의미를 잃었다. 최산은 여상의 손을 돈다발이라 생각하고 더 꽉 쥐었다.

 

맞닿은 입술과 동시에 달빛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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